공사장 멈추고 임금은 밀리고 빨간불 분양현장 5배나 늘었다
공사장 멈추고 임금은 밀리고 빨간불 분양현장 5배나 늘었다
착공 후라도 물가변동 반영 조합 시공사 공사비 분쟁 예방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 보증에 가입한 사업장 중 정상 미만으로 분류된 사업장이 3년 새 5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률이 저조하거나 시공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공사를 이어가지 못하는 곳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심화돼 공사 현장이 멈추게 되면 수분양자와 하도급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정부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HUG에서 제출받은 분양보증 관리단계별 사업장 현황을 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정상 미만으로 HUG가 분류한 사업장 수는 148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분양보증 가입 사업장 1152곳의 약 13% 수준이다. 정상 미만 사업장은 2020년 말 기준 29곳에서 3년 새 5.1배 늘어났다.
HUG는 분양보증에 가입한 사업장을 분양률과 공정률에 따라 정상·관찰·주의·관리·경보 등 5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각 단계별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거나 HUG가 직접 분양대금을 관리하는 등 조치가 이뤄진다.
정상 미만 사업장이 늘어난 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분양 실적이 저조한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주택을 짓기 위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분양 대금으로 충당한다.
그런데 분양률이 낮으면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 공사를 계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
만약 공사가 6개월 이상 멈추거나 시공사가 부도가 나면 HUG에 보증사고로 처리된다.
이 경우 시공사 교체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해서 입주까지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는 등 수분양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지역별 사업장 현황을 살펴보면 정상 미만 사업장은 경기도가 29곳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15개), 대구(14개), 광주(11개) 순이었다.
HUG의 정상 미만 사업장 상당수는 지난달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현장이 다수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태영건설 14개 사업장은 HUG 분양보증에 가입한 상태다.
다만 HUG는 개별 사업장의 분류 상황은 기업의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태영건설 사업장 중엔 하도급업체가 태영으로부터 대금을 못받아 공사가 중단된 현장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매일경제가 태영건설 시공 현장인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사업현장을 직접 찾은 결과 공사가 중단된 채 입구가 굳게 닫혀 있었다.
근처 현장에서 건설 노동자들과 공사차량이 바쁘게 드나드는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상봉 청년주택 현장은 지난 2021년 10월 착공에 나선 뒤 올해 11월 준공이 예정돼 있다.
임금 지급이 두 달 가까이 밀리며 근로자들이 작업을 중단해 공사기간을 맞출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창 공사가 진행될 때는 100명 넘는 근로자가 일했던 현장에 이날은 관계자 두 명만 자재 정리를 할 뿐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진단과 하도급업체 보호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전후로 이미 92개 현장에서 하도급업체 대금미지급, 현금에서 어음 또는 외상매출담보채권 등으로 결제수단 변경 등 직·간접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 노동자는 하루나 일주일 단위로 벌어서 먹고 산다”며
“태영건설이 자금이 없다면 대주단이나 시행업체가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직접 지불(직불)하면 되지 않느냐”고 호소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대주단을 최대한 설득해 이번주 내로 임금 한 달 분을 지급하고, 설 전에는 나머지 미지급금을 최대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