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거장 설계 빌딩도 외벽이 와르르
건축거장 설계 빌딩도 외벽이 와르르
국내 대표 건축가이자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승효상 건축가가 운영하는 건축사사무소가 부실
공사의 감리 책임으로 수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건축계 거장으로 불리는 그가 감리 부실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산에 소재한 경암교육문화재단은 승 대표가 이끄는 건축사사무소 이로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이로재가 5억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2017년 준공된 부산 부산진구 서면역 인근 소재 경암센터빌딩의 부실 시공이다.
지하 2층~지상 11층 규모로 조성됐으며, 건설비용으로만 113억원이 들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경암교육재단은 부산 출신 ‘건축거장’인 승 대표가 이끄는 이로재에 건물 설계와 감리를 맡겼다.
감리 용역 계약 금액만 2억1600만원이었다.
하지만 준공 직후부터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건물 외벽 석재가 탈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사 결과 시공사가 석재를 고정하는 핵심 자재인 긴결철물을 설계의 절반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접착용 에폭시로 대체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암교육재단은 먼저 시공사를 상대로 외벽 보수 비용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건축물의 하자는 명확했다. 법원은 1심에서 재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과 대법원은 ‘부분 보수’만으로 충분하다며 2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법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부분 보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재단은 부실 시공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감리 책임을 물어 이로재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이로재 측은 “우리도 시공사에 속았다”며 책임을 부인했지만, 법원은 감리 책임을 인정해 5억2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특히 이번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보수 방식에 있어 지난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뒤집었다.
부분 보수는 적절하지 않으며 객관적·현실적으로 ‘전면 재시공’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로재가 재단에 전면보수에 필요한 27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이는 감리 용역 계약금에 비해 과도한 액수이므로, 그 일부인 8억원만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재단이 이미 시공사로부터 2억8000만원을 배상받았으므로 8억원 중 그 차액인 5억2000만원을 지급하면 된다고 최종 판단했다.
반면 승 대표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직원 한 명을 현장에 상주시키고 나도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면서 감리를 했지만 시공사가 작정하고
속이면 발견할 수가 없다”며 “변호사도 항소하라고 했지만 스트레스가 심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설계를 한 건축사가 현장 공사 감독까지 맡다 보니 부실 시공과 감리 소홀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2023년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의 주차장 상판 붕괴사고 이후 두 기능을 분리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업계 내 의견이 충돌하면서 논의는 유야무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