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잡음 신탁 재건축 계약해지 늘까
곳곳서 잡음 신탁 재건축 계약해지 늘까
국내 신탁 방식의 주택 정비사업이 지난해 관련 규제 완화에 따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년 만에 신탁 정비사업에 표준계약서가 도입돼 입주민 동의만 있으면 신탁사와 계약·해지가 가능하고 신탁 재산을 보호하는
장치까지 등장해 앞으로 더 증가할 전망이다.
표준계약서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행되고 있다.
신탁 정비사업은 재건축 등 주민조합이 신탁사에 시행사업을 위임하는 방식이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2016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신탁 정비사업 수주 건수는 2018년 5건을 기록한 뒤 2019년 단 1건으로 쪼그라들었다가 이후 계속 늘었다.
2020년 9건, 2021년 10건, 2022년 11건에 이어 지난해 22건을 찍으며 역대 최대치로 뛰어올랐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서울 도봉구 ‘방학 신동아1단지’의 신속통합기획 패스트트랙을 신청했다.
신탁사는 사업 속도가 빠른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교보자산신탁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코람코자산신탁은 준공 38년 차인 이 아파트를 최고 49층 규모, 24개 동, 4010가구 대단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
이충성 코람코자산신탁 신탁부문 대표는 “빠른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 수요에 부응해 시장 참여자의 확실한 인식 전환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탁 방식 채택 여부를 놓고 재건축 조합 간 이견이 발생하는가 하면 조합과 신탁사 간 수수료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기도 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7단지는 정비사업추진준비위원회(정추위)와 재건축준비위원회(재준위)가 각각 신탁 방식과 조합 방식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추위가 신탁사와 업무 협약을 맺었지만 재준위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신탁사가 정비사업으로 받는 수수료는 분양 수입의 2~4%다.
사업 규모가 큰 서울 재건축 단지에선 이 수수료만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한다.
신탁 정비사업 성공 사례도 아직은 많지 않다. 수도권에선 2021년 말 준공한 경기 안양 ‘한양 수자인 평촌 리버뷰’ 정도가 모범 사례로 꼽힌다.
지방의 한 정비사업장에선 분양 수입의 3.6%를 수수료로 제시한 신탁사에 조합이 계약 해지를 통보했지만 신탁사가 소를 제기해 조합이 수억 원을 신탁사에 지급해야 했다.
이후 조합은 다른 신탁사와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2%대로 낮췄다.
정부는 지난해 9·26 부동산 대책 때 뒤늦게 신탁 정비사업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제시하고 이를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
기존에는 토지 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신탁하고 주민 4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신탁사와 계약을 맺거나 해지할 수 있었지만
표준계약서에 따라 주민 동의 4분의 3만 있으면 가능해졌다. 토지 면적 규정이 사라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