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더 뛸라 세입자 갱신권 사용 늘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더 뛸라 세입자 갱신권 사용 늘었다
올 하반기 들어 서울에서 임차료를 5% 이내로만 올리도록 하는 계약갱신청구권(갱신권)을 사용하는 비중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내년에도 전셋값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전환되고
전세매물 부족 추세가 이어져 전셋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토대로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하반기 4개월간(7~10월) 체결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중 임차인이 갱신권을 사용한 비중은 34.5%로 집계됐다.
이는 상반기(1~6월) 32.8%에 비해 1.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갱신권 사용 비중은 전셋값이 고점을 찍었던 2022년 상반기 평균 65.3%를 기록했다.
이후 전셋값이 내림세에 접어든 데다 일부 역전세 현상마저 발생해 작년 하반기엔 53.2%, 올 상반기엔 32.8%까지 하락했다.
그러다 전세가격이 올해 5월께 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갱신권을 챙기는 임차인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월 정점을 찍은 뒤 내림세로 전환해 올해 5월까지 무려 17개월 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올 상반기 매매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셋값을 끌어올렸고, 전세사기에 따른 ‘빌라 포비아'(다세대·연립주택 기피 현상) 등으로
아파트 전세 선호가 심화되면서 6월부터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주간 변동률로는 지난 5월 넷째 주 0.01% 상승한 뒤 지난주(10월 마지막 주)까지 24주 연속 오르고 있다.
향후 전셋값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임차인들이 서둘러 갱신권을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집주인은 5% 이내로밖에 전월세 가격을 인상하지 못한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격 상승세가 매섭다.
가장 최근 통계인 9월 상승률을 보면 성동구(1.50%), 송파구(1.2%), 동대문구(1.09%), 용산구(1.05%) ,
마포구(1.03%) 등이 서울 평균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0.75%)을 크게 상회했다.
성동구에 있는 왕십리뉴타운 센트라스의 경우 5월까지만 해도 7억원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84㎡(2층)가 지난달 9억원을 찍으며 4개월 만에 2억원가량 올랐다.
송파구에 속한 메가 단지 헬리오시티는 지난 2월만 해도 전용 84㎡ 전세가 7억5000만원대에서 거래됐으나, 최근에는 10억원을 넘은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구별 갱신권 사용 비중을 보면 금천구가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갱신권 사용 비중이 가장 크게 늘었다.
금천구는 상반기 갱신권 사용 임대차 계약 비중이 10.5%에서 하반기 30.1%로 무려 19.6%포인트나 증가했다.
광진구(8.9%포인트 증가), 서대문구(6.0%포인트 증가), 송파구(5.9%포인트 증가), 서초구(4.6%포인트 증가) 등도 갱신권 사용 비중이 크게 늘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가산·구로디지털단지로 출근하기 용이한 금천구 등
대규모 일자리 지역으로 직주근접하려는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장기 거주를 희망하는 세입자들이 갱신권 사용을 늘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전세계약을 갱신하면서 종전보다 보증금이 높아진 경우(증액갱신)도 많아졌다.
지난 6월 갱신계약의 보증금 증액갱신 비중은 39.2%였으나 지난달(10월)에는 48.8%로 9.6%포인트 커졌다.
반면 감액갱신 비중은 같은 기간 46.5%에서 39.7%로 6.8%포인트 작아졌다.
갱신권 사용 비중은 내년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셋값 상승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