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도시인 줄 알았다 상가 무덤 된 이 동네 앞으론 싹 바뀐다는데
유령도시인 줄 알았다 상가 무덤 된 이 동네 앞으론 싹 바뀐다는데
임대 알림 포스터만 난무하던 세종시 어진동 빈 상가엔 밝은 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다.
빈 공간이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고 식사 시간이 지나자 일부 가게는 ‘재료 소진’을 내걸고 일찍 문을 닫는다.
밤이 깊어지자 대학생으로 보이는 무리 10여명의 왁자지껄한 대화가 거리를 울렸다.
2031년 3월 개원한 세종지방법원 인근의 반곡동 상가는 늘 사람들로 붐빈다.
점심시간만 되면 법원 직원은 물론이고 인근의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사무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더니 금세 가게마다 대기줄이 늘어선다.카페안도 사람들로 넘쳐난다.
세종시가 꿈꾸는 상가의 미래다. 아직까지는 상권 부진으로 인해 공실이 넘쳐나지만, 도시 활력을 높이고
시가 임대인과 소상공인 간 적극적인 가교 역할에 나서 이같은 꿈을 현실로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세종특별자치시가 오는 20~21일 이틀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상가 소유주들과 함께 ‘세종 상가공실박람회’를 개최한다고 10일 밝혔다.
상가를 사람들이 오가는 공간으로 바꿔 도시 활력도를 높이려는 시도다.
비어있는 상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임대인과 창업 희망자·소상공인을 연결하는 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가공실박람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박람회는 ‘비어있는 상가! 새로운 가능성으로!’라는 슬로건에 따라 상가홍보를 위한 15개 집합상가
7개 창업부스, 5개 프랜차이즈 부스가 운영된다. 박람회 기간동안 세종시의 지원을 바탕으로 상가 홍보는 물론
부동산·세무상담이 진행되며 성공 창업사례 발표, 프랜차이즈 가맹 모집 등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대놓고 상가 공실 현황을 공개하는 데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상가공실을 쉬쉬하지 않고
그 자체를 상품화해 수요자를 연결하겠다는 역발상으로 기획됐다”면서 “무엇보다 대한민국 행정수도인 세종의 공실 상가는 누군가에게는
진입 문턱이지만, 또 누군가에는 새로운 창업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박람회를 통해 공실상가의 ‘경제적 가치’를 재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시장 말대로 세종 신도심 공실 문제는 도시 활력을 떨어뜨리는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세종시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5.7%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인 13.8%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소규모 상가 공실률도 11.3%로 전국 1위다.
공실률 증가는 실질 임대료까지 하락시켰다.
임대료가 반 토막 난 상가가 수두룩하다.
실제 세종시 핵심 상권인 나성동에 있는 A상가(1층 18평)는 현재 보증금 3000만원,월세 15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다.
8년전 고점 대비 60% 이상 빠진 가격이다. 국책연구단지가 들어서 있는 소담동 P상가 1층(12평)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20만 원에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인근 대전 둔산·도안 신도시 (15~20평 기준 보증금 3000만~5000만원,월세 250만~350만원)나 청주 용암동
(15평 기준 보증금 3000~5000만원,월세 200만~250만원)의 중심 상권에 비해서도 시세가 낮게 형성돼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세종시에서는 상가 임대료가 바닥권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임대료 바닥론’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공인중개사 임창희씨는 “과도한 임대료 거품이 빠지면서 ‘충분히 하락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면서
“기존에 과도한 임대료가 문제였던 것이라면 이제는 장사를 해볼 만한 상황이 된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기대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종시는 상권 활성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6일 지정된 56만평 규모 기회발전특구와 세종공동캠퍼스 개교는 물론 2031년 세종지방법원 설립
국회세종의사당 이전, 대통령제2집무실 설치 등 상권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겹호재가 줄을 잇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