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손봐도 확 넓어지는데 가로막는 낡은 주택법
조금만 손봐도 확 넓어지는데 가로막는 낡은 주택법
1원도 안내고 27억 아파트 구입 꼼수 거래에 칼 빼든 정부
서울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재건축이나 가로주택 정비사업엔 한가지 원칙이 있다.
대부분 일반분양 물량이 ‘30가구 이하’라는 점이다.
30가구를 넘으면 주택법상 까다로운 사업 승인 요건을 거쳐야 하고 주택공급 규칙에 따라 공개분양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규제지역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도 적용받지 않는다.
주택 사업자인 A씨는 “일부 단지는 정비사업을 통해 30가구 이상 지을 수 있는데도 이 규정 탓에 30가구 아래로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국내 주택 공급 제도의 근본은 주택법과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다.
전신인 주택건설촉진법이 1972년 만들어졌는데 큰 틀은 당시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다.
건설업계와 학계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시장 환경이 많이 바뀌었는데 제도는 50년 전 틀을 유지한 채 예외 조항 등을 둬
이리저리 고치다 보니 주택 공급제도가 완전 누더기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택법이나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국토교통부 안에서도 담당 공무원이 아니면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주택 건설업계의 가장 큰 공격을 받는 부분은 사업 승인 기준이다.
처음 주택건설촉진법이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사업 승인 기준은 100가구 이상 단지였다.
이후 계속 강화돼 20가구까지 떨어졌다
그나마 2010년대 초반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30가구, 도시형 생활주택 등은 50가구로 완화됐지만
단지형 민영주택을 지으려는 사업자에겐 더 확실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업 승인을 받아 짓는 주택의 부대·복리시설 요건을 더 유연하게 만들 필요성이 제기된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100가구 이상 주택을 짓는 단지는 규모에 따라 포함해야 하는 주민편의시설이 정해져 있다.
150가구 이상은 경로당과 어린이 놀이터, 300가구 이상은 경로당과 어린이 놀이터, 어린이집을 지어야 한다.
500가구 이상은 경로당과 어린이놀이터, 어린이집과 주민운동시설, 작은도서관, 돌봄센터가 필수다.
설치해야 하는 시설의 면적도 규정돼 있다. 하지만 단지 주변 편의시설 여건에 따라 부대·복리시설 종류와 규모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제해성 아주대 건축학과 명예교수는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예외 사례를 부여할 권한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영주택에 대한 청약제도 조정도 거론된다. 1970년대 이후부터 공공분양이든 민간분양이든 일정 규모 주택은 꼭 지켜야 하는 규정이다.
공공분양 아파트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돼 투기 우려가 있어 청약제도로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지만 민영아파트까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사업성에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정서상 민영주택 청약제도를 단기간에 폐지하기 어렵다면 주택 공급 환경이 열악한
지방부터라도 단계적으로 청약가점제를 대폭 수술하거나 폐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8·8 부동산 대책에서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소형 주택 건설 의무 비율제’도 시장 환경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형 아파트가 인기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건설사들이 사업성 때문에 중소형 아파트를 지으려 하는 만큼 의무 규정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밀억제권역의 재건축 사업은 전용면적 85㎡ 이하를 건축 가구 수의 60% 이상, 재개발 사업은 80% 이상 건설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이 제도를 폐지하려면 도시·주거환경 정비법을 개정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