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억대 84㎡ 미계약 수두룩 상도 푸르지오 선착순 줍줍 현장
13억대 84㎡ 미계약 수두룩 상도 푸르지오 선착순 줍줍 현장
“내가 앞번호로 넣어줄게. 300만원만 더 주면 사장님이 가장 원하는 동·호수를 바로 고를 수 있게 해줄게”
서울 서초구 양재IC 인근에 있는 한 아파트 견본주택.
이곳은 최근 두 자릿수 경쟁률에도 완판이 되지 않은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의 선착순 동호수 지정 계약이 이뤄지고 있었다.
15일 계약 시작 시간(오전10시) 10분 전께 근처에 다다르자 수십명이 서 있는 대기 줄이 보였다.
근처에 다다르자 한 중년 여성이 이내 접근했다.
줄을 서면 대략 50번째 순서로 보이는 기자에게 이 여성은 “3번 손님이 300만원에 순번을 판다고 한다”며
“꼭 계약하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자리를 바꿔보자”며 손목을 잡아당겼다.
이른바 ‘줄피’. 선착순 분양 현장에 일찍 도착해 얻은 앞번호를 늦게 온 뒷사람들에게 팔아보려는 사람이다.
대기줄 근처를 서성인 20여분 동안 이 여성 외에도 두 명이 접근해 비슷한 제안을 건네왔다.
대기 줄 일부에선 이들의 끈질긴 권유에 대기자들이 “그냥 보러왔다.
싫다는 사람한테 왜이러냐”며 소소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선착순 분양현장엔 늘 있는 일이지만, 이곳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선착순 분양 현장엔 아무도 이들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듯했다.
새벽에 텐트를 치고 줄을 서기도 하는 일부 선착순 분양 현장과는 달리, 이곳은 상당히 한산한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선착순 분양을 시작한 10시부터 11시까지 한 시간 동안 줄을 선 사람은 어림잡아 약 60여명.
단지의 정확한 잔여 물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절반 이상이 미계약으로 남았던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대기자들은 급할 게 없었다.
선착순 분양을 받기 위해 안에 들어갔던 이들 중에는 계약서류 없이 맨 손으로 나오는 이들도 간혹 보였다.
딸이 거주할 집을 장만해주려고 이곳을 찾아왔다는 한 50대 남성은
“분양가가 워낙 비싸서 오기 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마음속에 점 찍어놓았던
동과 층이 이미 계약돼 미련 없이 발을 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총 771가구의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지난달 초 청약에서 총 7828명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높은 청약경쟁률로 무난히 완판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지난 12일 선착순 동호 지정 계약한다는 공고가 갑자기 나왔다.
청약 당첨자들은 물론, 공급물량의 5배수인 예비당첨자 3855명도 대부분 분양받기를 포기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는 대신 선착순 분양으로 진행하는 이유도 잔여 물량이 워낙 많아서라는 업계 추측도 나왔다.
청약홈을 통해 진행하는 무순위 청약은 잔여 물량이 공개돼 저조한 계약률이 일반에 공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선착순 분양 계약을 하고 나온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잔여물량은 전체 공급물량의 70~80% 수준이다.
특히 공급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용 74㎡(152가구), 전용 84㎡(358가구)는 10%도 계약이 되지 않았다고 이들은 전했다.
예약을 마치고 견본주택을 나온 한 50대 여성은 “오늘 온 사람들도 대부분 전용면적 59㎡를 선택하는 분위기”라며
“74타입과 84타입은 워낙 많이 남아있는데, 오늘도 선착순 분양이 이뤄진 물량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진행된 선착순 동호지정 계약 역시 전용 59㎡(261가구) 위주로 이뤄진 분위기였다.
관악구에서 해당 단지로 ‘1주택 갈아타기’를 하려고 이날 동호 지정 계약을 했다는 한 40대 남성은
“84타입은 주변시세 대비 고분양가가 확실하지만, 59타입은 그나마 좀 나은 것 같아 오늘 계약했다”며
“지금 사는 집을 팔아 계약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잔여 물량의 동호수를 확인한 뒤 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한 50대 여성은
“전용 84㎡는 너무 비싸 도저히 2주 안에 자금마련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시작된 선착순 동호지정 계약은 계약 당일 1차 계약금으로 3000만원, 이후 일주일 내 2차 계약금을 내야 한다.
2차 계약금은 분양가 10%에서 1차 계약금(3000만원)을 뺀 금액이다.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3963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면적 59㎡가 약 10억3100만원, 전용 84㎡는 약 13억9400만원(최고가 기준)으로, 분양 초기 때부터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특히 전용 84㎡의 경우, 구축이지만 지하철역과 훨씬 가까워 입지적으로 낫다는 평가를 받는
상도더샵1차(2007년 준공·1122가구)의 최근 실거래가(12억2000만원)보다 비싼 금액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동작구라는 입지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언덕과
주변의 노후된 환경 등을 고려하면 분양가격이 부담이었을 것”이라며 “서울 청약 시장이
아무리 뜨거워도 ‘가성비’가 떨어지면 완판에 실패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선착순 동호지정 계약 현장에 있던 한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는 계속 선착순 동호 지정 계약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