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00만원에 집 사서 1억에 전세 줬다 수도권 무갭 투자
9500만원에 집 사서 1억에 전세 줬다 수도권 무갭 투자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갭투자(전세 낀 집을 매수하거나 집을 매수한 뒤 곧바로
전세를 주는 방식)가 다시 고개를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역전세 위험이 줄어든 영향이다.
12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경기 화성시(268건),
성남 분당구(193건), 평택시(190건), 시흥시(184건), 인천 연수구(178건) 등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에서는 송파구(150건), 강동구(139건), 강남구(121건) 등에서 갭투자가 많았다.
특히 송파구의 경우 전체 1361건 계약 가운데 11.1%(150건)가 갭투자로 나타났다.
아실은 매매가 이뤄지고 3개월 이내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면 갭투자로 분류한다.
전·월세 계약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아파트를 매수한 사례는 포함하지 않는다.
이런 사례를 포함하면 실제 갭투자 비율은 훨씬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9510가구 규모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는 지난 6개월간 137건의 거래 가운데 21.1%인 29건이 갭투자로 조사됐다.
이 아파트 전용 84㎡ 매수자는 19억2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일주일 뒤
10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아파트를 매수하는데 실제 들어간 금액은 8억7000만원이다.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는 매매 시세와 전셋값의 차이가 거의 없는 ‘무갭’ 투자도 일어나고 있다.
평택시 현덕면 영흥 전용 59㎡는 지난 6월 7500만원에 매매된 뒤 7월 64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전셋값과 매매가 차이는 1100만원이다. 화성 우정읍 미성102 전용 76㎡는 6월 9500만원에 손바뀜했는데
7월 1억원에 임차인을 찾았다. 집주인은 500만원을 벌고 집을 산 셈이다.
이렇듯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드는 건 전셋값이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헬리오시티의 경우 올해 초반만 해도 전용 84㎡ 전세 신규계약 보증금이 7억원대까지 하락했으나
최근에는 전셋값이 10억원대를 회복했다.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초 집값이 크게 하락했지만,
전셋값은 더 떨어져 갭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면서 “역전세 우려가 해소되고
전셋값이 다시 오르자 갭투자 문의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일주일 전보다 0.17% 상승했다.
지난 5월 상승세로 돌아선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7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역시 6월 넷째 주(0.02%)부터 상승 전환했고, 9월 첫째 주에는 일주일 전보다 0.18% 올랐다.
전세 사기 불안에 빌라나 오피스텔보다 아파트 선호가 뚜렷해지면서 아파트 전세 수요가 늘어났는데,
전세 매물은 큰 폭으로 줄면서 수급 불균형이 일어난 영향이 크다.
이날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 수는 3만967건으로 6개월 전 4만8159건보다 35.7% 감소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최근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향후 집값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강해진 것도 갭투자 증가의 요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한 정부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 보유자와 부부합산 소득 1억 원 초과 고소득자에게 금지했던
전세대출을 지난 2월 3년 만에 허용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50% 수준이라 이 비율이 60%
이상이었던 2020~21년처럼 갭투자 붐이 일어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의 40% 이상이 갭투자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매수 심리가 회복되고, 전셋값이 오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매맷값이 더 오르거나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해지면 갭투자가 다시 줄어들 여지는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