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도 이사 걱정 안했으면 20년 사는 민간임대
전세도 이사 걱정 안했으면 20년 사는 민간임대
서울 마포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 중인 A씨는 올 가을 두 번째 갱신 계약을 앞두고 있다.
보증금이 크게 오를 것이란 걱정에 이사를 고민 중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58주 연속 상승한 상태다. A씨는 “전세살이라도 이사 걱정 좀 안 하고 싶다”고 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최소 20년 이상 살 수 있는 전세가 등장한다.
민간 사업자가 100가구 이상을 20년 이상 운영하는 새로운 임대주택 유형이 도입된다.
노후 공공청사를 리모델링한 공공임대주택도 늘어날 예정이다.
3일 정부는 ‘역동경제 로드맵’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신규 주거 안정 방안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산층을 겨냥한 민간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가장 눈에 띈다.
현행 10년 이상 임대하는 등록임대주택과 별도로 20년 이상 장기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게 핵심이다.
국토부 측은 “현재 대다수 등록임대는 운영 수익 확보가 어려워 의무 임대 종료 후 분양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임대주택 재고를 줄여 중산층 주거시설 확충을 가로막는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20년 이상 장기 등록임대를 도입하며 임대 기간에 임차인이 바뀌면
임대료 상승률 제한(2년 5%)을 적용하지 않고 임대료를 더 올려받게끔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임대료를 올릴 때 소비자물가지수의 연간상승률 이하로만 제한하거나 임차인 대표회의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규제도 없애기로 했다.
특히 임대사업자가 여러 주택을 장기간 임대 운영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취득세·종합부동산세·법인세를 비롯한 각종 세제를 합리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정부는 이달 중 신유형 장기임대 방안의 상세 내용을 공개한 뒤 내년 상반기 시범단지 사업에 착수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35년까지 민간임대 10만호 이상을 공급한다는 게 목표다.
특히 대규모 기업형 민간 임대사업자를 육성해 임대시장 안정화를 꾀할 방침이다.
현재 국내 민간임대 시장은 영세·단기사업자나 비등록 사업자가 주도하고 있다.
중산층 임대주택 제공이 부족하고 세입자가 전세사기 위험에 노출되기도 쉽다.
실제로 임대주택의 약 80%(658만가구)는 민간에서 공급하고 있지만, 과반인 514만가구는 비등록 임대다.
등록임대 144만가구 중에도 1가구만 보유한 사업자가 99%다.
공공임대 확대 방안도 함께 나왔다. 낡은 공공청사를 비롯한 공공건축물을 복합개발하는 방식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전략이다.
정부는 30년 이상 된 공공건축물 전체(국·공유지, 공공기관 사옥, 폐교 등)를 대상으로 노후도에 따라 복합개발한 뒤 여유 공간을 임대주택으로 우선 공급한다.
이를 위해 공공건축물 전수 조사에 나선다.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최대 용적률로 건축을 허용하고 주택도시기금 융자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도 추진한다.
시범사업 대상지는 오는 10월 선정하고 내년까지 10곳 규모로 선보인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공공임대 5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건물이 도심에 많은 특징을 고려해 도심 내 부족한 주택 공급 정책으로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부동산 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고 대출 때 사업성 평가를 강화는 내용의 PF 제도 개선안을 하반기 중 발표하기로 했다.
자기자본 비율이 올라갈 때마다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PF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은 3~5% 수준으로 임대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부동산 투자회사(리츠)의 평균 비율 38%보다 훨씬 낮다.
이 탓에 시행사가 무리하게 사업을 벌여 위기가 닥치면 그 여파가 건설업계 전반으로 퍼지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