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잔액 ;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악조건 속에서 기업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며 이달 중 가계대출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1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9월 말 기준 약 69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약 695조1000억원)과 불과 2000억원 차이가 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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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기업대출은 월평균 6조원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대로라면
10월에는 기업대출 규모가 가계대출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 금리를 넘어설 정도로 껑충 뛰고 있는 시점에서,
대내외 경제 상황까지 악화하면 취약기업들 중심으로 상환부담이 커져 부실 위험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계대출은 금융당국의 규제와 주택시장 침체로 감소세를 보인 반면, 기업대출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기업대출 증가액을 보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은 약 34조7000억원, 대기업 대출은 약 16조1000억원으로
총 50조8000억원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로 영업 부진을 겪은 상인들과 운영자금이 모자라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끊이질 않았다. 시중은행들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제한하자,
기업대출로 눈길을 돌려 영업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기업대출 잔액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때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대기업들까지 은행 문을 두드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의 회사채 조달금리마저 1년 사이 2%대에서 5%대로 올랐다”며 “신용등급이 좋지 않은
기업들과 중소기업은 회사채 발행조차 힘들어지며 은행 대출을 찾는 회사가 많아졌다”고 했다.
문제는 기업대출이 수요가 늘어나며 덩달아 기업대출 금리마저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8월 신규취급액 기준
4.65%로 가계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4.34%)를 앞섰다.
작년 9월부터 최근까지 가계대출을 늘리지 못했던 은행들이 기업대출 경쟁을 치열하게 하면서
중기 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았었는데 이런 추세가 끝난 것이다. 대기업 대출금리(4.23%)마저 주담대 금리와 엇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갔다.
5대 은행 기준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8월 금리를 보면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 금리를 앞선 곳은 KB국민은행(기업 4.45%·가계 4.42%), 하나은행(기업 4.47%·가계 4.33%),
NH농협(기업 4.26%·가계 4.21%)으로 나타났다. 7월만 해도 하나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은
`모두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보다 낮았는데, 8월부턴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기업대출 규모와 금리가 동시에 뛰자 부실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무역적자가 6개월 연속 지속되고 원자재를 포함한 물가는 진정될 기미가 없는 데다
내년 성장률까지 하향 조정 되는 시점에서 기업들의 상황은 점점 나빠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