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적자 늪 진입 ;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그룹사들이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돌입했다.
대기업들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로 갈수록 경영 여건이 악화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고심하고 있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전자를 포함해 계열사별로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작업이 진행 중이다.
LG도 다음달까지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 사업계획을 놓고 논의하는 사업보고회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SK그룹은 이달 19일부터 21일까지 최태원 회장 주재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한 데 불러모아 올해 운영 성과를 점검하고 내년 계획을 수립하는 CEO 세미나를 연다.
앞서 그룹사들은 내년도 경영계획을 세우기 위해 수시로 사장단 회의, 워크숍 등을 열고 방향성을 점검했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이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요기업의 내년도 경영계획은 올해보다 보수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 발표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분기 잠정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미친
만큼 4분기를 비롯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달 말 본격적인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이미 증권가에서는
올해와 내년도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시작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자·반도체, 항공, 해운, 정유 업계 내년도 실적이 올해보다 나쁘고,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적자전환까지 각오해야 한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최대 실적 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운 SK하이닉스 조차
적자전환 가능성을 내비치며 “낮아진 수요에 대한 기대감과 평균판매단가 하락으로
인해 내년도 연간 실적은 매출액이 3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 현장에서도 내년도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국제통화기금(IMF)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또 하향 조정했을 정도로 경제 전반의 분위기가 안좋아 기업들도 이를 반영한 경영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적자 늪 진입
또 다른 대기업 계열사 임원 역시 “올해보다 내년이 더 안좋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돼 있다”며
“보수적으로 경영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 방향성이라도 명확하면 다행이다.
여전히 대다수 기업들이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계획 수립 조차 힘들어하고 있다.
항공사 관계자는 “현재의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와 지정학적 복합 위기 때문에 내년 경영계획을 짜기가 버겁다”며
“특히 고환율이 기업 재무건전성에 리스크로 작용하는 상황이 언제 끝날지도 몰라 계획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여러 리스크가 중첩되며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현실화되고
경기가 극도로 위축되는 것을 가장 심각한 리스크로 보고 있다. 내년도 위기 상황이
‘고환율→무역 적자폭 확대→주가 하락→투자심리 위축→자금 경색→투자 및 고용 위축’ 등으로 이어지면
산업 재편을 넘어 경제 구조까지 휘청거릴 지도 모른다는 비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