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는 나라 안가리고 만능열쇠? 런던 교외도 새집 짓기 들썩
GTX는 나라 안가리고 만능열쇠? 런던 교외도 새집 짓기 들썩
‘템즈강 조망을 누릴 수 있는 주택이 내년이면 준공됩니다.’
지난 1일 방문한 영국 런던 동부지역인 울리치(Woolwich). 전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부동산 중개업체가 이 같은 문구를 적어 세운 대형 입간판이 보였다.
역 주변에는 딱 봐도 최근 지어진 듯한 10~15층 높이 주거단지가 7개동 이상 자리했다.
템즈강변 쪽으로는 타워크레인이 여러 대 세워져 있고 공사 소음이 곳곳에서 들렸다.
21층 이상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이 한창인 곳도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낡고 허름한 동네였던 이곳이 변화를 겪고 있는 건 재작년 개통한 영국판 GTX(수도권광역 급행철도)인 크로스레일 ‘엘리자베스 라인’ 영향이 크다.
울리치역은 전체 41개 역 중 하나다.
런던 권역을 동서로 118km에 걸쳐 관통하는 이 라인은 최고 시속이 서울 지하철 9호선보다 2배 이상 빠른 120~140km나 된다.
덕분에 교통편이 좋지 않았던 런던 동부권역의 도심 접근성이 확 좋아졌다.
울리치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윌 씨는 “예전에는 금융중심지인 카나리 워프까지 환승해 30분 이상 가야했지만 이젠 10분 안에 간다”며
“엘리자베스 라인을 타면 도심인 시티오브런던도 한 번에 갈 수 있어 출퇴근하기 정말 좋아졌다. 그래서인지 1~2년새 신규 주택이 엄청 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은 세계 도시 경쟁력 평가에서 숱하게 1위를 차지하는 도시다.
경제 분야는 뉴욕보다 뒤처지지만 교류·문화·주거 등 다른 분야가 더욱 균형적으로 발달해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 정책으로 대중교통 인프라가 촘촘히 확대되고, 개발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한 덕분이다.
그레이터 런던은 2차 대전 이후 위기를 겪던 영국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1965년부터 본격 추진한 광역화 정책이다.
대도시권을 넓혀서 인적 자원을 모았고 제조업 대신 금융업을 성장시킨 동력이 됐다.
2000년엔 런던광역시가 탄생해 서울보다 약 2.5배 큰 1572㎢ 면적, 33개 자치구를 총괄하게 됐다.
광역시는 ‘런던 플랜’을 세워 교통, 주택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거시적, 포괄적 전략을 제시한다.
엘리자베스 라인 탄생에도 런던광역시가 크게 기여했다.
런던의 민간연구소 도시재생플러스의 김상희 소장은 “광역시장이 운영하는 런던교통국이 지분 절반을 출자해 사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리처드 블리스 왕실도시계획연구소(RTPI) 정책총괄도 “이 고속철 노선 건립은 런던광역시 자금 지원 없이는 안 됐다”며
“광역시가 도시를 개발할 때 걷은 이익 부담금 일부를 공사 자금으로 투입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광역시는 교통이 개선되는 지역을 ‘기회지역(OA)’으로 지정해 체계적인 개발이 이뤄지도록 했다.
런던광역시 측은 “OA는 대규모 주택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지역을 위주로 지정된다”며 “대개는 지하철역이 새로 생기는 바로 옆 부지”라고 설명했다.
울리치도 엘리자베스 라인이 지나며 OA로 지정됐다.
OA 개발이 완료되면 다른 곳을 신규 지정하고, 지정 여부를 논의하는 곳도 더하는 식으로 단계별로 확장한다.
이때 교통수단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사회 기반시설, 디지털 연결계획까지 망라하는 인프라와 협업계획이 핵심이다.
OA가 여러 자치구 경계를 넘나들 경우 런던광역시장이 효과적인 협력 방안도 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