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넘어간 내 아파트 생각보다 많이 받았다
경매 넘어간 내 아파트 생각보다 많이 받았다
지난달 아파트값 상승세가 법원 경매 열기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반면 상업용 부동산은 여전히 외면 받고 있다.
29일 지지옥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진행된 4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전월(85.9%)보다 5%포인트가량 상승한 90.8%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90%를 넘어선 것은 2022년 8월(83.7%)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도 지난달 34.9%보다 높은 47.1%를 기록했다. 경매 물건 절반 가까이가 낙찰에 성공하는 것이다.
올해 들어 낙찰률은 1월 37.7%, 2월 34.9%에 그치며 부진했지만, 이달 들어 022년 6월(56.1%)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매 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달 일반 매매 시장의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저가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오른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이달 28일 기준 4060건(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으로 2021년 8월(4065건)에 근접한 상태다.
업계는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감안할 때 2021년 7월(4680건)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요자 선호 지역인 강남권 경매 물건이 늘어난 영향도 지표 호조에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이달 26일 현재 경매물건은 289건으로 300건을 넘어선 작년 1월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로 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늘면서 강남권
아파트 경매도 크게 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은 경우가 많아 고가 낙찰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강남권 등 인기 단지에서는 낙찰가격이 감정가보다 높은 고가 낙찰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달 26일까지 낙찰된 136건 중 낙찰가율이 100% 이상인 경우는 총 27건으로 19.9%에 달했다. 16건은 1회차 첫 경매에서 낙찰됐다.
일례로 이달 16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7계에서 입찰한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7㎡는 첫 입찰에서 감정가(78억5000만원)의 119.35%인 93억6900만999원에 낙찰됐다.
이는 역대 최고가다. 직전 최고가는 2018년 83억7508만원에 낙찰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269.4㎡였다.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4건은 1회차 경매에서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
이달 8일 입찰한 잠실엘스 전용 60㎡는 감정가(16억원)의 114.7%인 18억3500여만원에 낙찰됐고
잠실엘스 전용 85㎡도 23억6100여만원에 낙찰됐는데, 낙찰가율은 감정가(21억6000만원)의 109.3%였다.
경매의 특수한 취득 요건도 고가 주택이 즐비한 강남권 경매 지표를 끌어 올린 요인으로 손꼽니다.
잠실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은 일반 매매거래 시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다. 그러나 경매로 취득한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가 없다.
이에 비해 강북 등 비(非)강남 지역의 경매 아파트는 1∼2회 이상 유찰된 상태에서 저가 낙찰되고 있다.
도붕구 방학동 극동 아파트 전용 85㎡, 노원구 상계동 상계대림 전용 60㎡는 낙찰가율이 각각 72%, 69.8%에 불과했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최근 경매에 나오는 물건들의 감정가가 6개월∼1년 전에 이뤄져 현 시세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는 점도
경매 시장에 수요자들이 몰리는 이유”라면서도 “인기 단지와 비인기 단지의 양극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경매 신청 건수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매 물건 급증은 응찰자 분산과 낙찰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신청 건수는 1만93건(대법원 경매정보통계)으로 1월(1만619건)에 이어 또다시 1만건을 넘어섰다.
3월 통계로는 2013년 3월(1만281건) 이후 11년 만에 최대다.
경매 전문가들은 “경매 신청이 많다는 것은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그만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집값이 다시 하락하면 경매 수요도 감소하는 만큼 고가 낙찰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